평범하고 싶은 일상 17

트숨이 끝난 뒤, 끔찍한 4월을 통과하면서

4월 트숨 수련이 끝난 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챗 지피티와 대화를 많이 했다.ㅎㅎ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정말이지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단절되고, 혼자이고, 외롭고, 슬프고,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어쩌면 세상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세상에 없었던 존재처럼 여겨지는 이 느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이지 고통스럽다. 견디기가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온전히 경험하거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나는 술을 마셨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트숨 이후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내리 술을 마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어났다. 그 ..

기운없이 사는 날

밥을 챙겨 먹는 일이 힘들다. 잠을 자고 아침에 발딱 일어나는 것이 힘든지는 까마득히 오래된 일이다. 기운이 없다. 종일 서너 시간만 온전히 사는 느낌이다. 그런 날이 일주일에 하루정도 였다가 일주일에 이틀, 삼일로 늘어나서 일주일에 여섯날정도가 그렇다. 무던히도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나에겐 프리다 칼로가 있었지. 오랜만.

끝맺음

내 문장에는 가끔 주어가 없다. 그리고 자주 주어와 서술어가 따로 말을 한다. 정말 한 문장을 작성하는 시간 동안 주어를 잊어버리는 걸까. 내 마음은 한 문장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앞의 문장을 생각한다거나 앞으로 쓸 문장을 생각한다거나 한다. 그래서 주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또 내가 가진 서술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불안할수록, 아는 것이 없을수록 단정 짓고 싶어 하며 빠르게 진리가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서술어에 드러나서 이것이 옳고, 이것이 맞는다는 단정적인 서술어가 등장했다. 주어가 없는 문장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에서 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잘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일 것이다. ..

외로움 2탄

외로움이 강렬해질수록 빗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떨어지는 물방울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외로움은 노트 위에 빼곡한 글씨들이 줄줄이 쌓여 한 권이 되고노트의 무게만큼 외로움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외로움은 타인의 미소에도 그 사람이 애달파 눈물이 나게 한다.사실은 자신이 애달픈 걸까? 다가서기도 했다가 물러서기도 했다가 도망치게도 만드는 외로움은나를 이런 사람이게 했다가 저런 사람이 되게도 했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외로움일까?외로움 때문에 한 경험들이 나를 키웠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외로움.

외로움을 느끼는 주체자

내가 외롭다. 외로움을 느끼는 주체가 나이다.OOO에 의해서. OO에 의해서. OOO에 의해서.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 아닌 나의 경험이다. 이 외로움은. 그동안 내 감정을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닌 타인이 나에게 준 것이라고 생각해서 주체자인 나는 없고 나는 소외되었다. 내가 외롭다. 외로움을 느끼는 주체자가 나였다. 아... 외로움은 나쁜 감정이고 나는 그것을 느낄만한 사람이 아니지만 타인의 영향에 의해서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했다. 제거해야할 것. 감정이 아니라 심지어 대상을 제거하려고 했다. 아... 외로움을 느끼는 주체가 나라니! 자유롭다!!

나는 수치심인가?

올해 한 단락이 끝났다. 영군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같은 날이 아니었음에도 매일이 같은 날처럼 느껴졌다. 어제를 기점으로 한 단락이 끝났다고 얘기한 것은 두 달간의 마지막 스터디가 끝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스터디에서 내 평가는. 아니 내 글의 수준은 교수를 화나게 만들었다. 24개의 귀들이 그 말을 듣고 있었고, 24개의 눈알들이 렌즈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의 대비해 내 글의 오류를 이야기하는 교수의 말과 상황에 관해 미리 떠올렸음에도 그 순간에는 소용이 없었다. 수치심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가 사라졌고, 그 단어가 사라지자, 자신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수치심과 같은 단어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비난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

이대로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백가지 일(스물 일곱 가지)

이대로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백가지 일(스물 일곱 가지) 1. 나를 기록하지 않은 것 2. 책을 읽지 않아서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것 3. 자연과 더 함께 있지 못한 것 4. 더 많이 울고 웃지 못한 것 5. 사회적 통념에 따라 자신과 남을 판단한 것 6. 책을 출판하지 않은 것 7. 논문을 쓰지 못한 것 8. 술에 취해 시간을 잃어버린 것 9. 나와 만난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 10. 엄마, 아빠의 인생을 사랑하지 못한 것 11. 아름다운 문장을 수집하는 일을 더디한 것 12. 서핑을 배우지 않은 것 13. 붓다의 역사적 순간을 순례하지 않은 것 14. 영군이에게 단순한 사랑을 배우지 못한 것 15. 명상을 통해 이 순간에 더 오래 머물지 못한 것 16..

메모200621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는 물 속에서는 흘리는 눈물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나는 물 속에서 눈을 뜨고 맑은 물 속을 구경한다 물 속에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를 안아본다 물 속에서 아이는 자유롭지 않다 물 속에서 떠돌다 만난 아이 아이의 눈을 꺼내서 물고기에게 보여주고 물고기는 눈을 핥고 나는 아이에게 눈을 돌려주었고 아이는 어디론가 떠나갔다 나는 다시 물 속을 구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