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살고 싶은 문장들/기타 7

허준이 교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중 일부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쳐들어 나를 괴롭히는 날들 속에서 기억해내고 기대어 본 그의 말. 오늘 밤은 짐을 좀 내려놓고 잠들 수 있겠다.

김형경, 만 가지 행동

122쪽-123쪽 훈습 기간에 내가 중얼거린 말 중에 '무력한 채로 머물기'가 있었다. 이집트뿐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부정적 감정을 투사하거나, 문제를 외재화하거나, 공격성을 행동화하는 경우와 맞닥뜨리게 마련이었다. 그럴 때 그 사실을 회피하거나 부인하지 않으면서, 가학적으로 보복하거나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무력한 채로 머물기'에는 억울함을 감수하기, 나를 해명함으로써 타인을 통제하려 하지 않기의 세목이 있었다. 훈습 초기에 중국에서 택시 기사가 잔돈이 없다고 말했을 때 기어이 거스름돈을 받아 낸 일이 있었다. 그때는 무의식에 억압해온 분노를 인식하던 시기여서 그 행위에도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후 내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그녀가 과제로 내준 에세이들이 좋았고, 혼자 읽을 때는 별 뜻 없이 지나갔던 문장들을 그녀가 그녀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때, 머릿속에서 불이 켜지는 느낌도 좋았다.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할 때 행복했고, 나는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 가끔은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용수, 세상살이 수행은 인욕바라밀

세상살이 수행은 인욕바라밀입니다. 억울함을 수용하는 거예요. 비인간적인 사람들 가운데 인간적으로 사는 거예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가운데 이타심을 연습해요. 상식이 없는 사람 가운데 상식을 가져요. 냉정한 사람 가운데 따뜻한 거예요. 태도만 바꾸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한 것이에요. 지옥을 천당으로 만드는 것, 구속에서 자유케 하는 것, 태도입니다. "만사에 감사합니다. 아무 문제없어요." "만사에 감사합니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똑같이 겸손하게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아무 문제없어요." 문제를 부인하고 없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어도 문제에 대한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불평불만이 없어요. 짧게 자주 외워보세요. 평생 화두로 삼아 보세요. 용수 스님 facebook에서(2021...

이만교(2020),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

23쪽 - 첫째,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좇는 이기적인 존재가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많다. 즉,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을 때가 많다. 둘째, 인간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럴만한 자연스러운 구체적 점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밀한 반응체로, 자신의 행동은 자기 안팎의 다양한 점화 자극의 영향에 따른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다. 넷째, 인간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 행동을 취하기 0.3-0.7초쯤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다섯째, 한 인간을 더 멋진 인간으로 이끄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

사이토 다카시(2015),『혼자있는 시간의 힘』, 위즈덤하우스

혼자 잘 설 수 있어야 함께 잘 설 수 있다 p 54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지 않고, 친구도 연인도 떠나는 순간은 누구나 감당하기 어렵다. 그때의 외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고독을 극복하고 내면에 깊이를 더한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수동적인 고독을 넘어 적극적인 고독을 선택한 사람, 안락한 자리를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깊고 빛난다.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p 57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한 생면의 삶과 죽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숨을 내쉴 때는 가볍게 한 번 죽음을 맞는다고 생각한다. 즉, 호흡을 할 때마다 '삶에서 죽음으로'를 반복하여 떠올리면서 지금 살아 있는 세상과의 거리감을 느껴본다. 그러다 보면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삶속에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