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2

이원, <하루>

하 루 이 원 물 밖으로 던져진 물고기처럼 말라가자 소금과 모래를 동시에 이해하자 햇빛에 타들어가자 내장을 움켜쥐자 빨리 그림자를 잃어버리자 혼자만 아는 비린내가 되자 태연한 척하자 반쪽짜리 인생을 선택하자 (새로고침) 허공을 열자 안을 칠하자 벽을 세우자 딱 맞는 작은 문을 만들자 문을 닫자 벽과 문은 서로 미쳐가자 노란색으로 뭉개자 지문으로 뒤덮자 (새로고침) 주렁주렁 익어가는 포도가 되자 검붉어지는 시늉을 알아채지 못하는 포도가 되자 (새로고침) 제초기를 돌리자 내일이 오지 못하게 언덕의 풀들을 다 깎자 땅속에 있는 것들이 무슨 힘이 있겠니 울자 울지말자 (새로고침) 양말을 갈아 신자 허공을 끄자 공기를 끄자 헛것이 되자 밤이 오면 박쥐처럼 보이게 하자 긴 구간을 걷자 (새로고침) 혹시 아침이면 이..

이원, <뛰는 심장>

뛰는 심장 이원 소리 내지 말자 귀들이 다 없어지도록 칼날을 내부의 사랑이라 하자 피 묻힌 손으로 얼굴을 지우고 있다 하자 얼굴은 점점 선명해졌다 하자 그 어떤 소리도 없다 하자 말들은 모두 울다 잠들었다 하자 미친 사람은 울부짖던 말에 칭칭 묶였다 하자 묶은 것이 지상의 사랑이라 하자 사랑은 사로잡힌 것이라 하자 사로잡힌 것에 타들어갈 수 있다 하자 미친 사람은 씻지 않고 검어진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몸에서 놓여난다 밝아오는 것은 묶인 것이다 허공은 다 타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라 하자 숲길은 세상에 없다 하자 숲길은 세상에 있다 하자 배가 제일 고파질 때 찾아오는 것이 죽음이라 하자 죽음은 맨 끝의 식욕이라 하자 가장 절박한 식욕이라 하자 생존이었다면 굶주림은 제 입도 같이 씹었다 제 살을 쉴 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