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 2

이만교, <완성되지 않은 일기>(동시마중, 제65호)

선생님, 보드 타다 넘어져 무릎이 까였거든요. 그래서 재수 없는 날이라고 쓰려고 했어요. 엄마는, 까불다가 넘어졌겠지! 신경질부터 냈어요. 그래서 속상한 날이라고 쓰려고 했어요. 아빠가 까진 무릎을 보더니 새 보드를 사 주겠대요. 그래서 앗싸, 땡 잡은 날이라고 써야지 했지요. 근데 안 사 줄지도 몰라요. 자전거도 사 준다고 하고 아직 안 사줘요. 그러면 짜증나는 날이라고 써야 하잖아요. 하지만 약속했으니까 사 줄 거예요. 그러면 진짜 좋은 날인 거죠. 어쨌든 아직은 오늘이 좋은 날인지 나쁜 날인지 모르겠어요. 결정되고 나서, 그때 쓰면 안 돼요? 이만교, 완성되지 않은 일기(동시마중, 제65호), p.62 (출처: pixabay)

이만교(2020),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실전편

23쪽 - 첫째,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좇는 이기적인 존재가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많다. 즉,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을 때가 많다. 둘째, 인간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럴만한 자연스러운 구체적 점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밀한 반응체로, 자신의 행동은 자기 안팎의 다양한 점화 자극의 영향에 따른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다. 넷째, 인간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 행동을 취하기 0.3-0.7초쯤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다섯째, 한 인간을 더 멋진 인간으로 이끄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