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에도 브리더를 했다.
세션을 시작하기 전에 '바람'이 잘 다녀오라고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때, 나는 다시 슬픔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그 장면은 내가 언제나 상상해 오던 엄마와 딸의 아프고도 다정한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세션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호흡을 하면서 너무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힘들다. 힘을 낼 수 없다. 낼 힘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슬픔이 올라왔다. '나를 왜 버렸을까?'에서 '나를 왜 버렸어?'라는 외침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당신이 사람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낼 용기가 없었고, 표현하지 않으니 그 감정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무력하고, 무감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보이는 이미지는 검은 보자기에 싸인 얼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아이였다. 죽어있는 것인지 살아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나인지, 내가 낳은 아이인지, 다른 사람의 아이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답답했다. 답답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를때의 답답함은 가슴 중앙과 등 중앙에서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뻐근했다. 숨이 그 아래로 내려가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리의 바디워크(몸 작업)가 있었다.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목으로 그리고 점점 에너지를 몰아서 배 밑바닥에 있는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리는 울음으로 바뀌었다. '우울과 무기력을 꺼내'라는 아리의 말이 들렸다. 나는 울었다. 그리고 우울해하면서, 무기력해하면서 삶을 살아왔던 무수한 순간들이 영상으로 지나갔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살아온 자신의 시간에게 위로를 하고 싶은 감정이 올라왔다. 아직 남은 슬픔이 배 아래에 있었지만, 더 이상의 감정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 위로를 해 주려고 아기자세로 누운 채로 그 시간들과 함께 있었다. 그렇게 작업이 끝나가고 있었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에 눈앞에 아기가 눈을 감은 채로 내 앞에 나타났다. 너무나도 살아있는 질감의 피부와 드문드문한 머리카락, 얼굴의 솜털, 피부가 숨을 쉬고 있는 느낌까지 생생하게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 장면이 잊히지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생생하게 느끼고, 나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 아이는 너무도 말캉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 아이를 품은 채로 작업이 끝났다.
작업이 끝난 후, 바람과 미르꾸와 셋이서 꼭 안았는데, 나는 또 눈물이 났다.
이성과 포옹을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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