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숨(그로프 숨치료)/집중과정 수련일지(2025)

그로프 숨치료 집중과정(2025. 3월 수련일지)-1일 차

lay_lee 2025. 4. 1. 14:45

 작년 9월에 숨치료 일반과정을 첫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안정감을 느꼈고, 자신의 경험을 믿게 되었고, 발표장면에서 덜 떨게 되었다는 자각이 있었다.

 나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기질적으로 예기불안이 높았고, 특히나 발표를 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여전히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가 되었고, 정리가 되었다. 기존에 하던 작업들은 그대로 하고 있으며, 여전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뭔가 배아래에 있는 것들이 더 나와야 할 것만 같은 답답함, 그리고 호기심, 더 이해하고 싶은 열망이 나를 트숨 집중과정으로 이끌었다. 

 

1일 차(브리더)

 3인 1조로 조원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나는 걱정이 앞섰다. 다들 집중과정을 오래 해 왔거나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들만의 공감대가 존재하고 내가 머무를 수 있을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 조원을 정하는 시간이 돌아왔고 나는 의욕 없음과 무력함을 경험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조원을 정해야 하는 가운데, 아까 자기소개를 할 당시. 미르꾸가 늦게 도착해서 세션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자유로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리고 몰라가 트숨 레전드가 몇명 있는데, 그 중 한명이 미르꾸와 바람이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이런 여러가지가 작용해서, 미르꾸가 조원 한 명을 구한다고 손을 들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같이 하겠다고 달려갔다. 어쩐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첫째 날 나는 브리더(호흡자) 역할을 하게 되었다. 브리더를 하려고 자리를 정리하고 난 뒤, 어쩐지 조금은 긴장된 느낌이 들었다. 옆에는 같이 브리더를 하게 된 바람이 있었다. 바람이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감싸고 '예쁘다, 예쁘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휘몰아치는 현실에 거듭 놀랐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나의 숨어있던 욕구와 접촉되었다.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토록 느끼고 싶어 했던 친밀감을 그 순간 경험했으며,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람들에게 늘 듣고 싶어했던 진심 어린 말, 내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말, 존재가 예쁘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순간 경험하는 것이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 누워서 호흡을 시작했다. 작년 일반과정에서 첫 경험을 했었는데, 다섯 달이 지난 후인 집중과정의 시작에서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또 해보면 기억이 날 것이라며 호흡을 시작했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 올라왔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고, 에너지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호흡을 얼마나 더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호흡을 하고 있나? 하면서 열려있는 귀로 사람들의 호흡소리는 느껴보려고 하기도 했다. 나는 호흡을 계속했지만 각성된 뇌는 무의식으로 차원으로 들어가 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체 작용을 볼 때, 충분히 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손발이 저릿저릿했으며 얼얼한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보이는 시각적인 것들은 암흑이 있고, 아지랑이 같이 노란색 빛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가사유상의 옆모습이 지나갔고, 저 멀리 작은 눈 하나가 어둠 속에 있었던 것도 보았다.

 

 그러다 아리의 바디워크가 있었고, 소리 지르기를 통해 비로소 단절된 곳이 뚫리고 물이 흐르는 느낌, 혈액이 온몸을 자유롭게 순환하는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그 뒤에 느껴지는 것은 무덤에 내가 누워있었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무력함이 들었다. 갑자기 나는 의지를 통해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말하거나 할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잃어버렸다고 느껴졌다. 내 표정이 있기나 한 걸까?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나? 사람들은 내가 보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느껴지는 것은 관, 무덤, 먼지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느끼고 보고 있음에도 자신의 체험을 불신해 왔고, 불신하고 있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 나는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트숨 집중과정 3월 첫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