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에는 가끔 주어가 없다.
그리고 자주 주어와 서술어가 따로 말을 한다.
정말 한 문장을 작성하는 시간 동안 주어를 잊어버리는 걸까.
내 마음은 한 문장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앞의 문장을 생각한다거나 앞으로 쓸 문장을 생각한다거나 한다.
그래서 주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정확히,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또 내가 가진 서술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불안할수록, 아는 것이 없을수록 단정 짓고 싶어 하며 빠르게 진리가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서술어에 드러나서 이것이 옳고, 이것이 맞는다는 단정적인 서술어가 등장했다.
주어가 없는 문장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에서 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잘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생각을 글로 드러내는 작업은 참으로 놀라운 일 같다.
내가 평소에도 그런 방식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는….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어떤 순간에는 자신을 방어하며 그것의 결과로 경직되어 버리는 사람임을 알았다.
아직 부족하지만(부족한 것이 평생 채워질 리 없음을 알았다) 이제 두 번째 단락을 끝내는 시점에 다다른듯싶다.
나는 정말 처음 제대로 무언가를 끝맺는 일을 하고 있다.
'평범하고 싶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르마 (0) | 2023.04.09 |
---|---|
기운없이 사는 날 (0) | 2021.10.14 |
외로움 2탄 (0) | 2020.09.12 |
외로움을 느끼는 주체자 (0) | 2020.09.01 |
며칠동안 (22) | 2020.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