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어난 걸까 엄마 아빠가 사랑했으니까 맞네 근데 왜 그대로 자궁 안에서 살아야만 했던 것 같지 선반 위에 있어야 하는데 깜깜한 서랍 속에 놓여 있는 화장품처럼 세면대에 있어야 하는데 광 안에 갇혀있는 칫솔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한 화장품과 칫솔은 잊혀졌다가 발견이 되면 버려질거야 그나마 화장품의 경우에는 필요한 누군가가 있어서 줍혀지거나 또 필요에 의해서 버려지거나 하겠지 칫솔은 말했어. 화장품 너는 그래도 좀 상황이 나은 거라고 난 이제 나이도 많고 쓸모도 없어져서 차곡차곡 쌓인 플라스틱 틈에서 썩기를 기다리게 될거야 근데 썩고 싶은데도 썩지를 않아 참담하다 티브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봤어 태어나려고 했는데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떠올랐어 사랑하지 않아도 태어날 수 있는 아이도 있어 사랑에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