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쓰시마 유코의 묵시를 필사하기 시작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고 말하려다. 그녀는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에 관한 단편적인 문장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면서 읽어 내려간 묵시는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서 마음이 아린다. P29 하지만 말로써 그런 내 마음을 확인해서는 안 된다. 침묵이 필요하다. 침묵을 지키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 없이 언제든지 거래를 재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야마오토코와 마을 남자 사이의 그런 거래를 묵시라 부른다고 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묵시가 조금도 신기한 일이 아니란 것을 나도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 ...중략... 숲에 많은 것을 버렸지만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