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보드 타다 넘어져 무릎이 까였거든요. 그래서 재수 없는 날이라고 쓰려고 했어요. 엄마는, 까불다가 넘어졌겠지! 신경질부터 냈어요. 그래서 속상한 날이라고 쓰려고 했어요. 아빠가 까진 무릎을 보더니 새 보드를 사 주겠대요. 그래서 앗싸, 땡 잡은 날이라고 써야지 했지요. 근데 안 사 줄지도 몰라요. 자전거도 사 준다고 하고 아직 안 사줘요. 그러면 짜증나는 날이라고 써야 하잖아요. 하지만 약속했으니까 사 줄 거예요. 그러면 진짜 좋은 날인 거죠. 어쨌든 아직은 오늘이 좋은 날인지 나쁜 날인지 모르겠어요. 결정되고 나서, 그때 쓰면 안 돼요? 이만교, 완성되지 않은 일기(동시마중, 제65호), p.62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