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쪽 - 첫째, 인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좇는 이기적인 존재가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많다. 즉,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을 때가 많다. 둘째, 인간은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럴만한 자연스러운 구체적 점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정밀한 반응체로, 자신의 행동은 자기 안팎의 다양한 점화 자극의 영향에 따른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고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다. 넷째, 인간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 행동을 취하기 0.3-0.7초쯤 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한다. 다섯째, 한 인간을 더 멋진 인간으로 이끄는 자기 안의 순수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지를 일으키는 무수한 점화들은 언제든 가능하다.
24쪽 - 단일 자아나 순수의지는 없다. 마치 떨어지면 튀는 공처럼, 굴리면 굴러가는 바퀴처럼 주어지는 자극에 따라 반응한다. 그러나 공이나 바퀴처럼 단조로운 물리적 반응과 달리, 결괏값이 예측 불가능하다. 니체의 표현을 빌리면 바닷속 물고기처럼 무수한 '힘에의 의지들'이 다툰 결괏값이고, 유발하라리 식으로 말하면 예측불허의 '생화학적 알고리즘'이어서 최종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나오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
27쪽 -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이 곧 그 사람 전체는 아니다. 다만 글을 쓰는 순간에, 그 글에 나타난 특성일 뿐이다. 그 사람의 그 순간의 모습일 뿐, 그 사람 전체가 아니다. 그 사람 전체는 얼마든지 다른 글을 쓸 가능성을 갖고 있다. 가령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소재로 글을 써도, 처음부터 다시 쓰면 다른 글이 나와버리듯, 모든 사람은 오늘 쓴 글과 전혀 다른 글을 내일 쓴다. 정말로 어떤 문장을 쓸지는 '300-700밀리초' 전까지 글쓴이 자신조차 알 수 없다. 특히 글쓰기란 수없는 어휘의 선택 연결 행위여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어떤 문장이 나올지 자신도 모르고, 몰라야 한다.
42쪽 -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공부하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체화 상태는 참으로 멋진 글쓰기 공부 기초 기술이다. 가장 간단한 글쓰기 체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에서 책을 떼지 말 것. 둘째, 언제든 메모할 것. 책을 열심히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가장 읽고 싶은 책 한 권만큼은 늘 갖고 다니는 습관만 들이자. 안 읽어도 된다. 늘 갖고만 다니자. 어제까지? 읽을거리가 손에 들려 있지 않으면 허전할 때까지.
그리고 메모해둘 가치가 있는 생각을 메모하지 않으면 속상할 때까지. 이 간단한 점화 습관으로부터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자.
62쪽 - 개인주의 시대의 개인에겐 개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시공간에서 자기만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생각과 공상, 집중과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하면 '자기만의 방'을 얻지 못하고, '자기만의 방'을 얻기 위해 돈을 벌다 보면 자기만의 시간을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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