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뒤

'미산스님의 초기경전 강의' 리뷰 1

lay_lee 2021. 10. 8. 15:01
책표지(구판)

'미산스님의 초기경전 강의' 리뷰 1



강의 형식의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말하는 것을 듣는 듯 잘 읽혔다. 삼장(경·율·장)에 관한 분류와 경전의 세부목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빨리어 경전과 한역 경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경전을 공부하는 초심자에게 좋을 것 같다. 명상하는 사람이라면 붓다의 원음인 초기 경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석사 논문을 쓸 당시 나는 어쩌면 저자와 같은 마음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를 제대로 알고 싶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런저런 풍문도 좋지만, 직접 만나보는 게 가장 빠를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제대로 된 불교를 이해하고 불교의 실천적 삶을 실현하는 방법은 가장 먼저 붓다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만나기는 불가능한 노릇이니 정말 그가 말한 것. 타인의 해석이 아닌 그의 육성으로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듣고 싶었다.

근데 막상 만나고 보니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붓다는 왜 같은 말씀을 이토록 반복하실까. 그 구절이 이 구절 같고 저 구절이 그 구절 같았다. 하지만 책에서는 경전의 반복적인 구절을 읽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틀이 해체되고 마음이 올바른 방향으로 확립되어 체화된다고 설명한다. 마치 아이가 한 단어를 배우기 위해 수천 번의 반복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앞으로도 경전을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연기법을 따라 사는 것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연기법이란 ‘모든 건 인연소생이거니’하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수동적으로 살자(88쪽)는 것인 줄 알았고. 그런 마음으로 현재에 일어나는 일에 대응하지 않고 지켜보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현실을 회피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그렇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붓다가 말한 연기법이 이런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나의 행위. 현재의 생각·말·행위는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 주며 이것이 여지없는 사실이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사실... 지금의 행위밖에 없으며, 지금 나의 행위는 완벽할 수 없으므로...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더라도 수용하는 것... 그리고 《육조단경》에서 정의하는 참회를 하는 것인데...“참은 잘못된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 회는 더 이상 이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99쪽)” 그리고 계획하고 지금 여기에서 실천하는 것... 그러면 언젠가는 나쁜 인연과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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